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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키 쇼토 / GoodBye, My melody (1부)
GreenPie
2018. 11. 13. 18:03
[ 토도로키 쇼토 / 3년간의 짝사랑 / 히로아카 인물 등장 / 단편소설 ]
널 좋아하던 것을, 난 후회하지 않아.
네가 다른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대도
나는 오직 너만을 사랑할테니까.
Write. GreenPie
먹구름이 끼어 날씨가 어두웠음에도 미도리야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과 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힘들만한데도, 그는 꿋꿋하게 발차기로 공중을 가르고, 휘두르고, 내려찍기를 반복했다. 잔디는 그의 움직임에 따라 유약하게 흔들리고,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토도로키는 그를 바라보다, 나무 뒤에 숨어있는 우라라카를 보았다. 그녀는 고개만 뺴꼼 내민 채로 미도리야를 보고 있었다. 그가 공책을 보고 다시 발을 움직이기 시작할 때면 그녀의 눈빛은 따뜻하게 변하며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다가 미도리야가 뒤를 돌아보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며 숨어버리기 일쑤였다.
마치 로맨스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아, 토도로키는 쉽게 그들에게서 시선을 뗼 수 없었다. 소년을 좋아하는 소녀, 그리고 그녀를 좋아하는….
"… …."
뒤돌아 그들에게서 벗어나는 토도로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마치 쇠사슬로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기숙사 안으로 들어간 그는 소파에 앉았다. 폭신한 감촉이 몸에 어울려져 날카롭던 신경을 가라앉혀주는 듯했다.
"후우."
머릿속이 새하얗다. 이미 일련의 장치들은 전부 조정되어 있음에도 어긋나버리기 시작한 꼭두각시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토도로키는 손을 깍지 끼고 그 위에 얼굴을 얹었다. 예전에는 증오로 가득한 아버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면, 지금은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있었다.
우라라카. 미도리야를 좋아하는 거겠지. 그렇게 보던 것이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토도로키는 다음 생각으로 넘어가려 했으나, 갑자기 머릿속이 지끈거리며 아파지는 탓에 그만두었다. 요즘 따라 머리가 자주 아픈 것이, 임시면허를 따느라 스트레스로 작용한 모양이었다. 토도로키는 쓰읍, 거리며 가만히 있다가 다시 징거리며 아파오는 머리에 두통을 호소했다.
"으윽…."
한참동안 앓는 소리를 내며 주먹을 꽉 쥐고 있던 토도로키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두통이 진정이 됐다. 그는파르르 떨려오는 손을 무시한 체, 옅게 한숨을 내쉬곤 벽면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현재 시각은 오전 7시. 다른 아이들이 슬슬 깰 시각이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머리가 쑤시기는 하지만,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간 지각을 해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 # #
단장을 마치고 나온 토도로키가 교실에 들어섰다. 안녕, 토도로키 쨩. 이라고 부르는 아스이와 토도로키 씨. 좋은 아침이에요. 라고 말하는 야요오로즈의 말에 토도로키는 고개만 끄덕일 뿐 인사는 건내지 않았다.
"망할 데쿠 새꺄! 내 앞에서 꺼져!"
"히익, 카, 캇쨩. 난 얼쩡거리진 않았…"
"아앙?!"
손에 스파크를 내며 위협적으로 미도리야에게 위협을 가하는 바쿠고의 모습은 마치 조직 폭력배 같았다. 저 험악한 표정부터 시작해서 긁어내는 목소리, 제스처까지 합한다면 딱이었다. 바쿠고 군. 미도리야 군한테 왜 그래. 라며 말리는 우라라카 아니었다면, 아마 저 둘은 수업을 시작할 떄까지 일방적인 행보로 될 것이었다.
"저리 꺼져, 동글이!"
"에엑, 동글이… . 아, 아니 그것보다 못 비킨데이!"
"하아?"
"그, 그만해 캇쨩. 이제 곧 수업 시작인데."
우라라카와 미도리야는 어색한 듯 뻘쭘하게 웃고 있었다. 바쿠고는 그런 둘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둘을 번갈아보았다. 짜증난다는 듯이 머리카락을 한차례 헝클인 그는 쳇, 이라고 말하며 본인 자리로 되돌아갔다. 우와, 역시 바쿠고. 성격 더러워. 카미나리의 말에, 뭐, 짜샤! 하고 화를 내던 바쿠고는, 하하, 그만둬. 바쿠고. 수업시작한다고? 라는 키리시마의 말에 알고 있다고! 라며 소리치듯 말하곤 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아이자와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자 반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150P 펴라. ...'(a+b)2=a2+2ab+b2는, a와 b를 한 번씩 곱하고... ."
아이자와의 설명에, 아이들은 곧장 교과서를 펴 공부를 시작했다. 그건 토도로키, 미도리야, 우라라카도 마찬가지였다. 한참이나 볼펜으로 아이자와가 써 내려가는 공식들을 적어가던 토도로키는 힐끗 오른쪽 대각선을 보았다. 갈색 머리카락이 동글동글하네. 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우라라카도 샤프를 든 채로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그곳엔 미도리야가 있었다. 그는 입으로 중얼중얼거리면서, 무언가를 빼곡하게 적어내려가고 있는 듯 싶었다. 우라라카는 그런 미도리야를 보며 풋, 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입가를 왼손으로 막고 끅끅거리는 것이 웃겼던 모양이었다. 수업 시간이라서 작게 웃는건가 싶던 토도로키는 그런 우라라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 ."
이상했다. 그 모습을 보니 왜 마음 한쪽이 저릿하게 아파졌을까. 우라라카가 미도리야를 좋아하니까? 아니, 그런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무엇이 그렇게 아쉬워서 나는 이런 감정이 드는 거지? 스스로에 대한 연민? 아니면 설마 내가 미도리야에게 질투를 하는 것인가? 아냐, 그럴 리 없어. 토도로키는 고개를 저어댔다.
내가 어떻게 미도리야, 너를 질투하겠어. 너는 내 은인이자, 나의 라이벌인데.
얼마나 우라라카를 보고 있었을까. 어느새 종이 울리고 수업이 끝났다. 그제서야 웃음을 멈춘 우라라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교과서와 공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곧이어 그녀의 주위로 아스이,아요오로즈, 하가구레가 모이고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토도로키도 가방 속에 교과서와 공책을 넣곤 다음 교시의 교과서와 공책을 꺼냈다. 다음 시간은 영어였던가.
# # #
사실상 토도로키는 누군가에게 얽매여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전투를 벌일 때에도 그랬고, 어디론가 갈 때도 무리에 섞여있는 편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미도리야나 이이다와 자주 같이 다니고 어울리곤 했지만,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마다 숨기는 비밀은 각자 하나씩 있는 법이었으니 말이었다.
그래서 토도로키는 현재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한 시간 정도까지 익숙하리만큼 뒷모습을 봐왔지만, 직접적으로 앞에서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라? 토도로키 군! 여기서 뭐하고 있어? 수업 끝난지는 한참 지나지 않았어?"
"… 나름대로 할 일이 있어서 좀 늦었어."
"아아, 그렇구나! 그럼 지금 혼자 집에 가는 중인거야?"
"그렇지."
"그럼 토도로키군, 아직 저녁식사 안했다면 나랑 같이 저녁밥이라도 먹지 않을래? 지금은 많이 늦어서 기숙사에서 밥을 주진 않을테니까!"
"그래."
점심시간 때마다 미도리야네와 같이 어울리기 때문일까. 우라라카는 친근하게 토도로키에게 말을 걸어왔다. 원래가 친밀한 성격이여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에게는 그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우라라카와 함께 학교 밖을 빠져나와 신호등 앞에 멈춰선 토도로키. 그는 그때서야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이지색의 두툼한 가디건에 팔 가운데 쪽과 옷 중앙에 있는 꽈배기 모양의 옷. 가을이라 그런지 동복인 와이셔츠 위에 그것을 걸치고 있었다. 치마 쪽은 꽤나 추워 보였지만, 두꺼운 검은 스타킹을 신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추워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신발은 갈색 단화였다.
"으아, 토도로키 군. 요즘 10월달이라 그런지 밤만 되면 되게 쌀쌀해지지 않아?"
"그런가."
"응, 난 이제 밤마다 돌아다니는 건 잘 못하겠더라. 너무 추워… ."
자신의 능력이 반랭반연이라 그런지. 온도 조절에 익숙해져서 춥다고 느껴지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쌀쌀하다고 느낄 정도군. 초록불로 바뀐 길을 걸어가며 토도로키는 질문했다.
"어디로 밥을 먹으러 갈거지?"
"앗, 토도로키 군이 잘 먹는 소바집에 갈까?"
"소바집?"
"응, 토도로키 군 소바 좋아하잖아."
"그걸로 괜찮겠어?"
"괜찮아!"
우라라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것이 햄스터인 것만 같았다. 피식 흘러나올 뻔한 웃음을 거둬내며 토도로키는 소바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가 앞서가자, 그 뒤에서 열심히 따라오는 그녀에 그는 몰래 옅은 미소를 지었다.
토도로키를 따라 들어온 내부는 상당히 넓었다. 주방쪽에는 서로 마주보고 먹을 수 있록 오픈키친 형식으로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를 거점으로 왼쪽, 오른쪽으로는 미닫이 문이 달려 있었고, 안쪽에서 편한 사람끼리 먹을 수 있게끔 설치를 해둔듯 했다.
"내부가 상당히 고급스럽데이... ."
평소에 빈소하게 살았기 때문일까. 우라라카는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그에 비해 토도로키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는 자연스레 왼쪽 끝 쪽의 미닫이문 쪽으로 가 신발을 벗곤 미닫이문을 열었다.
"안 들어올거야?"
"아, 아니 같이 가!"
우라라카는 이미 벌써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토도로키를 보며, 신발을 벗곤 따라 들어갔다. 토도로키는 익숙하단듯이 쟈켓을 벗어 옷걸이에 정리해 벽면에 걸어두곤, 우라라카에게 시선을 보냈다.
"가디건."
"응?"
"뭐 먹다가 튀면 안되니까. 나한테 줘. 내가 걸어둘게."
"아, 응! 고마워."
우라라카에게서 베이지 색의 가디건을 옷걸이에 정리해 벽면에 걸어두곤, 외각으로 돌아나와 앉았다. 우라라카가 "토도로키 군, 왜 이쪽 자리에..?" 라고 묻자, "이쪽 자리가 더 추워." 라며 설명했다.
"배려해줘서 고마워."
"아냐."
우라라카는 안쪽으로 들어가 다소곳하게 앉았다. 먹물로 난초가 그려진 그림이 왼쪽 벽면에, 다다미로 이루어진 바닥은 매끄럽고, 그와 그녀가 마주본 나무 테이블의 가운데에는 숯불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꿈벅거리며 가만히 있던 우라라카는 토도로키의 손이 옆쪽의 벨을 누르자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
"나는 새우 덮밥! 토도로키 군은 차가운 메밀 소바지?"
"맞아."
"응. 그럼 그걸로 시켜 먹으면 되겠다!"
직원이 미닫이 문을 열고 주문판을 들고 있자, 토도로키는 방금 전 메뉴들을 말하고는, 다시 앞을 보았다. 우라라카가 마치 무언가를 물어볼 것처럼 두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부담스러운걸.
"뭐 물어볼 거라도 있는건가?"
"토도로키 군은 어떻게 그렇게 강한거야?"
동경. 그 이상도 아닌 것 같은 질문에, 토도로키는 의문을 품었다. 내가 정말로 강한걸까.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주변에는 나보다 리더로써 더 적격한 사람들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미도리야나 이이다, 바쿠고 등 말이지.
"..훈련을 하다보니 강해진 것 같다."
"으메, 훈련을 얼마나 빡세게 하면 그 정도로 강해지는거야?"
"그냥 어릴 적부터 해왔었어. 그런 훈련들을."
아버지로부터 받아온 냉혹한 시선. 오직 올마이트를 넘어서기 위한 도구로써 존재했던 나. 그리고 그 속에서 갖은 괴롭힘을 당했어야만 했던 나의 어머니와, 경멸과 무시를 당해야만 했던 나의 형 자매들. 내가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것들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 나날들이 있었기에, 더욱 독하게 강해지려고 했었겠지. 내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 나 자신으로서 오롯이 있기 위해서.
토도로키는 떠오른 파편들을 애써 지우며, 한 문장으로 응축했다. 우라라카, 네가 내 가정사에 대해선 알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직은, 아직은 말이지. 내가 좀 더 어른이 돼서 각오가 되어 있으면. 그 떄는 내 입으로 너에게 직접 전부 다 말할게. 그러니까, 그 떄까지는… .
"ㅡ도로키 군. 토도로키 군!"
"...?!"
"토도로키 군. 음식 나왔는데 계속 멍 떄리길래 걱정했어. 어디 아프기라도 한거야?"
"아니, 전혀 아니야."
"그렇담 다행이지만… . 어디 아프면 꼭 말해줘야 해?"
"그래."
너무 깊이 몰입했나. 토도로키는 고개를 젓고는, 앞에 놓여진 소바를 바라보았다. 건너편을 보니 새우 덮밥이 모락모락 김을 피워내고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우라라카는 새우 덮밥을 수저로 비벼 먹기 시작했고, 토도로키는 국물에 고추냉이를 넣어 풀고는 그 안에 메밀 국수를 넣어 먹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새우 덮밥과 메밀 국수를 다 먹은 토도로키와 우라라카가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입곤 계산대로 향했다.
"오늘은 내가 먹자고 했으니까 내가 살…. 앗, 토도로키 군! 내가 산다니까."
"됐어."
"그래도…."
"내가 좋으니까 산거야."
우라라카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주려고 하자, 이미 한 발 앞서 카드를 직원에게 건넨 토도로키가 계산을 마쳤다. 우라라카는 무안한 듯, 들고 있던 카드를 다시 지갑에 넣곤 뒷가방에 보관했다.
"…고마워."
"고맙다는 말만 하루에 몇 번 하는건지 모르겠군."
"그래도, 고마운 건 꼭 말해야하는 거라고 우리 엄마가 그러셨어!"
"그렇군."
그렇게 다시 밖으로 걸어나온 토도로키와 우라라카는, 다시 신호등을 건넜다. 아까전보다 더욱 거세게 부는 바람은 토도로키와 우라라카를 춥게 만들기엔 제격이었다. 그녀는 걸으면서도 팔을 위아래로 문지르면서 덜덜 떨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도 춥기는 했으나, 우라라카만큼은 아니었기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장갑들을 따뜻하게 데웠다.
"이거 써."
"응?"
"추우니까, 이 장갑이라도 껴. 보온성은 있을거야."
"그치만 이거 토도로키 군 꺼…."
"난 괜찮아."
걷다가 멈춰서는 빤히 토도로키를 바라보던 우라라카는, 고맙다며 장갑을 받아들어 손에 꼈다. 따뜻한 장갑에 곱아든 손가락이 펴지는 것만 같았다. 우라라카는 두 장갑을 입가에 댄 채 눈웃음을 지었다. 고개를 숙여 그 모습을 보던 토도로키의 입가에는 이미 호선이 그려져 있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미도리야에게서는 '구원' 을 받았다면, 이건 마치….
'사랑' 같아.
가슴 안쪽이 간질간질하고, 자꾸 무언가가 치솟고, 두근거리는 것이. 너만 보면 어떻게 해야할 줄 모르고, 신경을 쓰고 싶어지는 것이. 전부, 사랑이라면. 그렇다면 지금까지 복잡했었던 내 심정들이 전부 이해가 된다.
"토도로키 군?"
그제서야 갈색빛으로 빛나는 그 눈동자가, 나만을 오롯히 향해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괜찮아?"
미도리야를 보던 눈빛에 어떻게 그를 질투할 수 있겠느냐고 그랬지만, 아니다. 사실은 나는 이미 널 질투하고 있었던거야.
"토도…."
복잡하게 얽혀오는 감정선들이, 나뭇가지처럼 여러갈래로 뻗쳐 내 가슴 속을 지배했다. 그래, 나는, 너를
너에게로 손을 뻗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찌를듯한 두통이 내 머릿속에 강타했다.
"으윽…!"
"토도로키 군..!"
토도로키는 손을 뻗어오는 우라라카에, 거칠게 손을 내치고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머리가, 너무...! 아파..!'
토도로키의 두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그는 계속 울려대는 머릿속에 앓는 소리를 냈다. 마치 누군가가 침입해 뇌혈관을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토도로키 군, 어떡해..! 119에 얼른 신고..!"
우라라카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것은 오직 뇌에서 내리찍는 아픔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는 그 순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것을 빼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 #
눈을 떴다. 낯선 천장과 함께 시선을 돌리니 가지런히 정리된 물품들이 보였다. 몸을 일으키자 손에서 따끔함이 느껴졌다. 내려다보니 링겔이 손등 위에 꽂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손이 눈에 띌만큼 떨리고 있었다.
"윽!"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곧바로 쓰러지는 몸에 의문을 품고 살펴보았다. 손뿐만이 아니라 몸조차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토도로키는 한숨을 쉬었다. 몸상태가 말이 아니군. 다시 몸을 침대로 옮기기 위해 일어서려던 토도로키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잠시 멈칫했다.
"앗, 토로로키 씨. 일어나셨군요. 그런데 왜 바닥에 쓰러져계세요? 아, 혹시 못 올라가고 계신 거에요? 도와드릴까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일어서기가 버거운 탓에, 토도로키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녀가 다가와 한쪽 어깨를 부축하자 곧바로 일어난 토도로키는 침대에 앉았다.
"잠시만 여기서 쉬고 계세요. 의사 선생님을 불러올게요."
"…네."
토도로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만히 있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애, 토도로키는 시야를옮겼다. 흰 의사 가운을 입은 젊은 청년이 토도로키가 있는 곳에 멈춰섰다.
"토도로키 쇼토 군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
"네, 반갑습니다. 의사인 호시와리 쥰코에요."
"반갑습니다."
토도로키는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청년이었기 때문이었다.
"토도로키 군. 지금 몸상태는 어떤가요?"
"몸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춥다가 덥습니다."
"지금 토도로키 군은 능력 과도 사용으로 인해 몸이 망가진 상태에요."
"몸이 망가졌단겁니까?"
"네. 매번 전투 훈련을 하실 때마다 무리하면서까지 최대치로 끌어다가 쓴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맞긴 합니다만... ."
"매번 그렇게 강한 훈련을 버티고 원래대로 돌아올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데 토도로키 군은 쉴 틈도 없이 몸에 강한 압박을 주니까, 체온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게 몸에 영향을 미치고, 머리에까지 퍼지게 된 거에요."
"코스튬의 한계를 넘어서까지 사용해서 그런 거군요."
"네. 토도로키 군은 반랭반연이잖아요? 불이 쌔면 얼음으로 녹이고, 얼음이 쌔면 불로 녹이고. 그 반복적인 과정이 몸 안에서 여러 번 일어나니까 몸은 견뎌낼 수가 없는거죠."
" … …."
"계속 두통이 일어날 정도면, 상당히 몸에 이상이 있었을텐데요. 예를 들어 몸이 무겁다거나 추운 날씨인데도 따뜻하게 느껴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랬었네요."
"몸이 더 망가지기 전에 오셔서 다행이에요. 일단 약물 처방으로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체온 조절에 힘쓰면서 하나씩 고쳐 나갑시다."
"네."
호시와리의 말에 토도로키는 답했다. 매번 한계치까지 몸을 사용했던 것이 이렇게 될줄이야.
"그러면, 저는 얼마나 이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합니까?"
"글쎄요. 그건 어느 정도 토도로키 군의 상태가 얼마나 호전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서요."
그의 애매모호한 답에 토도로키는 문득, 학교나 집에는 자신의 상태가 알려졌는지 궁금해졌다.
"그럼 저희 집이나, 학교에는… ."
"아, 걱정마세요. 이미 학교에는 우라라카라는 학생이 말해둔 상태고. 토도로키 군 집쪽에는 제가 연락해둔 상태니까요. 토도로키 군은 어서 양호해지기만 하다면 된답니다."
"…네."
"일단 약물 처방은 이 정도로 해두는 걸로 하죠."
노란알약 두 알과, 작은 흰 알약 하나, 파란 알약 하나가 들어있는 약들을 호시와리가 토도로키에게 건냈다. 토도로키는 그것을 받고는 호시와리를 보았다.
"이것만 챙겨 먹으면 되는겁니까?"
"네. 불편한 것중에서 가벼운 건 웬만하면 간호사분 호출해주시고, 몸상태에 이상이 생겼다싶을땐 저를 호출해주세요. 그럼 전 다음 진료 환자들이 밀려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네."
그렇게 호시와리가 병실에서 빠져나가고, 혼자 1인실에 남게 된 토도로키는 멍하니 있다가 핸드폰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