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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쪄죽겠네."


더운 숨을 내쉬며, 금발의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넘긴다. 이 미칠듯한 더위는 바쿠

고조차도 어떻게 견딜 수가 없었던 모양이

었다. 햇빛은 쨍쨍하게 지상에 있는 모든 것

을 불태울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

는 바쿠고는 하, 제길. 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더위를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미 조깅으로 인해 땀으로 범벅이 된지 오

래. 바쿠고는 바닷가쪽에 있는 모래사장에서

허리를 구부린 체 더운 숨을 뱉었다가, 삼켰

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발에 닿는 느글거리는 감각이, 무겁기도 하지

만. 그 녀석을 이길려면 아직, 좀 더 훈련을 하

지 않으면 안됐다. 바쿠고는 굽혔던 허리를 폈

다. 한 손의 중지 손가락을 엄지 손가락에 걸친

체, 다른 손으론 손목을 붙잡았다. 니트로의 땀

을 중지 손가락에 모아, 바위를 향해 쏘자 그곳

에는 둥근 구멍이 생겨났다. 


몇 번이고 연습했지만, 히어로 코스튬을 착용하

지 않았기 때문인지. 팔은 이미 부작용으로 인해 

떨리고 있었다. 


"... ... ."


떨려오는 오른손목을 왼손목으로 붙잡고 진정시키

려 애썼다. 그럼에도 떨려오는 왼손목이, 꽤나 격한

훈련량 때문인지 계속 떨려오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연습한 것인지, 바위에는 이미 수많은 

둥근 구멍들이 몇 센치 떨어지지 않고 뚫려 있었다.

바쿠고는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 떨려오는 제 팔이

참으로 아니꼬운 것이, 짜증만을 유발했다. 



[ 내 힘은 '양도' 받은거야, 누군가로부터..! ]


그 날, 나를 향해 그렇게 외치던 말부터, 



[ 다음은, 너다. ] 


[ 올마이트..! ] 


마지막으로 내가 끝끝내 망가트려버린, 올마이트의 마

지막의 모습을 보며 울었던 네 녀석의 모습까지. 



[ 이유를 말해줘, 올마이트 ]


[ ... ... . ]


[ 어째서 그 녀석이었던거야? ]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당신의 모습까지도. 


꽈악. 피가 안 통할 정도로, 쥐어버린 두 손에는 이미 감

각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드는 감정이라고는 왜

내가 아닌, 그 녀석이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억울함뿐. 


"제길.. ."


나도 당신을 동경했어, 올마이트. 어떤 핀치에도, 웃

으면서 이겨내는 그 모습을, 나는 동경했어. 그런데ㅡ.


"왜 내가 끝내게 된거야... ."


죄책감으로 물들어버린 내 마음은, 더이상 어딘가

로 향해야할지 모르겠어. 다른 녀석들에겐 드러내지 

않는 이 마음을, 어떻게 눌러야할지도 모르겠어. 


"제기라알ㅡ... ."


나오는 말이라곤, 그저 욕에 지나지 않는 단말마뿐

이었다. 지금, 내 속에서 끓어오르는 이 분함을 어떻

게 풀어야할지 모르겠단 말이다.


그러니까, 더욱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지 않으면. 나는, 

난ㅡ..


바쿠고는 입술을 깨물곤, 몇 번이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진정된 듯, 숨을 내뱉

었다. 


"후우... ."


바쿠고는 진정된 팔들에, 곧 손목을 붙잡았던 손을 

떼었다. 아직까진 저릿하긴 하지만, 아예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바쿠고는 발걸음을 옮겨, 길거리

쪽으로 나갔다. 


여러 불빛들이 아른거리는 불빛속에서, 바쿠고는 설렁

설렁 걸어갔다. 사람들은 부채나, 미니 선풍기를 든체로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었다. 영롱한 불빛들은 참으

로도 아름다웠지만, 바쿠고에겐 있어선 시선 방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짜증나네."


안 그래도 팔 아파 죽겠는데. 어두워져서 인간들은 더 많

아지고 지X이냐. 바쿠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인파들 사이

를 스쳐 지나갔다. 향수 냄새부터 시작해서, 땀냄새 때문

에 그의 코는 이미 마비된지 오래였다. 그렇게 어슬렁어

슬렁 바쿠고가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쯤이었을까. 


기숙사 방들마다 칸칸이 켜져 있는 불빛에, 바쿠고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서있었다.

Posted by Green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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