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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아직 오후 4:36분인데다, PC방이라 더더욱 할 게 없

어."


평소에 즐겨하는 게임이 없을뿐더러, 담배나 술도 안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된다만은. 

키보드 워리어처럼 키보드를 두들겨댔다. 정말로, 정말

할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넌 게임도 안할거면서 뭐하러 PC방에 오냐."


"숙제하러? 그냥 분위기 만끽하러?"


"여기가 쇼핑하는데냐."


바쿠고는 할말을 잃은듯, 자연스레 본체를 켜고는 게임

을 시작했다. 어, 서든어택이다. 


"와, 그거 안 어려워?"


"이게 어렵냐. 키보드랑 마우스만 잘 조작하면 그냥 되

는건데."


"... ... ."


응, 내 손이 동손이라 게임을 못하거든. 이라고 말을 

건내니, 눈길은 그저 한심하단 뜻을 내포하고 있어서

상처를 받았달까. 


"뭐, 왜, 뭐. 게임 못할수도 있지 그런걸로 그러냐."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할 줄 아냐."


"당연하지! 나 그 게임은 꽤 한다고? 다른 건 못하

지만."


옛날에 빅샷이라는 게임에서, 카실 캐릭터로 무투

장에서 패고 다녔다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나의

모습에, 바쿠고는 허어? 라며 나를 쳐다본다.


"고인물 아니냐?"


"내 마음속에선 No.1 게임이야!"


"보나마나 무투로 돌격, 직진, 빠다로 휘두르고 다녔겠

지."


"아니거든, 치고 빠지기를 잘했거든."


"아, 그러셔."


옆에서 다다다, 말하는 나를 무시하는 체로. 바쿠고는

앞에 나타난 좀비들의 머리통을 원샷 원킬로 때려 잡고

는, 칼로 전장을 누비고 다닌다.


"미친. 너 좀비 앞에서 칼로 위협해봤자 전혀 안 무섭거든?"


"알거든."


"와, 안다는 사람이 좀비 앞에서 칼을 휘두르고 계세요?"


"총으로 죽든, 칼로 죽든 똑같아."


"전혀... ."


아니, 사람들 뒤에서 칼로 찍고 다니는 건 그러려니 해도, 

좀비 앞에서 칼을 휘두르고 다니는 건 뭔 경우야. 신기하

다 못해 괴이한 장면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내 게임하는 거 그만 보고, 너도 게임하던가."


"게임 못해서 할 게 없단 말이야... ."


"그럼 테일즈위버 조슈아 키우던가. 예전에는 잘만 그 캐릭터

키우더니, 애정도라도 떨어졌냐?"


"아이디 해킹 당했어... ."


"어느 듣보잡인지는 모르겠는데, 쩌네."


"야, 감탄할 때가 아니잖아. 너 앞에 좀비 또 나타난다."


"아, 너가 말 시켜서 mp5로 잘못 꼈잖아."


"네네, 저는 얌전히 빠져 있겠습니다요."


근데 의외다. 이 녀석이라면, 분명히 롤이나 오버워치라던가.

그런 게임들을 할 줄 알았는데. 서든어택이라니. 그런 취향

이었던건가. 


마우스를 태워버릴 기세로, 클릭하며 키보드를 두들겨대

는 모습을 보아하니, 한 명의 백수와도 같... 크흠.


"너 되게 백수같으면서도 학생 같아."


"백수는 아니다만은, 학생은 맞거든."


"응, 알고 있지. 근데, PC방에서 네 모습을 본 건 꽤나 오

랜만이라서." 


"훈련 때문에 바빴으니까."


"그래, 그 미도리야군이랑 토도로키군 말이지?"


이 악물고 몸이 쓰러질때까지 훈련하던걸 내가 봐왔는데.

모를리가 있겠어.


"알고 있으면, 조용히 옆에서 게임이나 해."


"예이, 예이. 난 동영상이나 볼테니 바쿠고님은 게임을 

영접하시옵소서~" 


고개를 돌려 내 모니터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짜 뭐

하지. 다른 사람들은 롤이라던가, 오버워치라던가, 배틀

그라운드하는데. 나는 속으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힐

끗 바쿠고를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여전히 게임에 몰두

하다 못해 빠져있는 바쿠고가 보였다. ..이렇게 보니 고

등학생이긴, 고등학생이구나. 게임도 좋아하고 말이야. 


루즈핏의 화이트 티셔츠에, 데님 펜츠에 흰 운동화라니.

간편한 복장으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잘생겨서

인가. 꽤나 눈에 띈다.

Posted by Green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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